재미있는 경영 이야기 – 오너경영자 vs 전문경영자
국내외에 1000만대 이상 팔린 00전자 초콜릿폰, 휴대폰에 신선한 발상과 감성적인 디자인을 입혀 소비자를 열광시킨 LG전자 역작이었죠. 하지만 영광도 잠시, 00전자는 휴대폰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온 스마트폰 트렌드에 대응할 시기를 놓치고 맙니다. 이는 00전자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대주주 일가가 직접 경영하는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되는 계기가 됩니다.
오너경영자란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가 기업 소유주일 때를 말하며 보통 소유경영이라고도 불립니다. 반면 전문경영자란 특정 산업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경영자 지위에 올라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과거 기업이 작을 때는 기업의 주인이 직접 경영하는 방식이었지만 점차 기업이 거대해 지고 경영 내용도 복잡해지면서 조직 관리에도 전문적인 기능이 필요하게 됐죠. 따라서 기업 소유주가 해당 산업과 조직을 관리하는 데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찾아 회사 경영 맡기게 되면서 전문경영자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전문경영자가 등장하면서 기업 소유주인 주주와 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경영자가 서로 분리되고 ‘소유와 경영 분리’가 나타나게 됩니다. 전문가가 주인을 대신해 경영 해주니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
대리인 문제는 주주와 전문경영인 간에 이해관계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로 1976년 ‘젠센’과 ‘매클린’이 제기한 이론입니다. 대리인 관계에 있어 보통 경제 행위를 위임하는 사람을 주인, 이를 위임받는 사람은 대리인이라 합니다. 즉 회사에서는 주주가 주인, 주주에게 경영을 위임받은 경영자는 대리인이 되는 것이죠. 전문경영자 체제에서 대리인 관계가 성공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대리인인 경영자가 주인인 주주와 맺은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주주는 회사의 장기 가치를 중시하는 반면 전문경영인은 자기 임기 동안만 회사가 잘되기를 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문경영인들은 짧은 임기 동안에 성과를 높이기 위해 투자보다는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우량 자회사를 매각 하는 일도 벌이게 되는 것이죠.
사례를 볼까요? 미국 7대 기업 중 하나였던 ‘엔론’, 그리고 미국 2위 장거리 전화업체였던 ‘월드컴’이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 전문경영인은 자신들의 높은 성과급을 위해 회사 실적을 부풀려 주주를 속이는 회계부정사건을 저지릅니다. 자신들 이익을 위해 부정도 서슴지 않았던 이 사건은 대리인 문제와 관련해 최악 사례로 꼽힙니다. 결국 이게 적발돼 이들 경영인들은 25년이라는 무거운 징역형을 받습니다.
그럼 이와 같은 대리인 문제를 방지하는 장치는 오너경영일까요? 오너경영의 장점으로는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책임 있는 의사결정과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결정도 신속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오너경영이 환영받을 때가 많습니다.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한 00전자도 당시 이 소식이 알려지자 당일 주가가 5% 가까이 급등하면서 투자 확대와 장기 비전이 제시되리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전망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오너경영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이 직접 경영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오너경영은 해고당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고 의사결정이 불투명하고 독단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오너경영도 대리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주주 경영인은 전문경영인과 마찬가지로 경영자로서 다수의 소액주주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고 소액주주를 외면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무리한 인수ㆍ합병과 사업 추진으로 그룹에 큰 어려움을 가져온 과거 금호아시아나 구조조정과 웅진의 법정관리 사태 등은 오너경영의 폐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죠.
그럼 바람직한 경영체제는 무엇일까요? 많은 경영학자들은 능력 있는 오너가 투명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것을 최선으로 생각합니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들의 오너경영과 전문경영 성과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오너경영의 수익률이 약 10% 더 높은 것으로 나왔죠. 오너경영의 00전자. 과거의 영광을 재연할지 기대해 봅시다.(매일경제신문 2012.10.24. 김재진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2/10/692291/
(세줄 요약)
-오너경영, 신속·책임있는 결정 가능 그러나 잘못 견제할 장치 없어
-전문경영, 전문가의 투명경영 효과 그러나임 기내 성과 집착
-최선은 똑똑한 오너가 투명경영 혹은 똑똑한 전문인이 책임경영? 입학해서 토론해 보자!